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문제가 사회문제로 커지면서 주택 공급 정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용역 발주나 법률 준비는 일정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6일 "LH 사태와는 별개로 차질 없는 공급대책 후속 조치를 통해 주택 공급 시기를 하루라도 단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초지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주택 공급정책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토지보상 문제가 벽에 부딪힌 상태다.
28일 LH에 따르면 LH인천본부는 최근 직원 땅 투기 문제로 내부 문제를 수습 중인 LH광명시흥사업본부를 대신해 시흥시 지역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에는 2024년에 개통되는 신안산선과 2026년에 개통되는 월곶-판교선 개통에 따라 신설 역사 인근의 배후주거단지 조성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주택을 포함한 수요분산과 입지조건도 제시돼야 한다.
택지지구 개발 등에 대한 정보를 LH 등 일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LH를 중심으로 한 주택공급 정비사업은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LH 직원의 땅 투기 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등 큰 물의를 빚었지만, 주택공급 정책이 마냥 뒤로 미뤄질 수 없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LH 관계자는 "시흥시와 LH가 지난해 12월 지역종합 상생발전협약을 체결한 데 따라 지역의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용역을 내게 됐다"고 했다.
‘부동산 투자회사 일부 개정법률안’도 국회 법사위에 올라간 상태다. 법안 개정은 대토보상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대토보상은 수용되는 토지의 대가로 현금 대신 인근의 토지를 주는 것이다. 대토보상리츠는 토지주가 보상으로 받는 토지를 출자받아 설립되는 리츠다.
리츠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행하고 그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를 통해 토지주들이 아파트 사업도 할 수 있다. 최근 땅 투기 문제가 협의양도인택지와 같은 대토 보상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토리츠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지만, 활성화 법안은 계획대로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3기 신도시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급되는 토지 보상액이 시중에 풀려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대토보상리츠를 활성화하면 유동성이 풀리는 것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도 3만3000가구 주택 공급 방안을 담은 8·4 대책 구체화를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주택 유형별로 우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지를 발굴하고, 개발여건을 분석하는 내용이 주축이다. 8.4 대책에서 언급된 신규 택지의 공간적 특성을 분석하고 주변 지역과의 연계는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내용에 담겨야 한다.
이번 용역에서는 경기도 과천의 과천청사 일대와 서초 서울지방조달청, 상암 DMC 미매각부지와 SH 마곡 미매각 부지, 노후우체국 복합개발, 면목행정복합타운 등을 대표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이처럼 주택공급대책을 위한 용역과 법안 등의 준비는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지만, 주택 공급 대책의 첫 단추인 토지보상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LH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하남 교산 지구의 토지 보상 작업은 LH 사태 이후 주민 반대가 거세져 전면 중단됐다. 고양 창릉과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과천지구의 토지보상 진행률은 0%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주택 가격 안정화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LH 땅 투기 문제와는 별개로 주택 공급 정책은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택 공급정책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을 기대해 당분간 주택 매매에 나서지 않은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공급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전세 수요로 돌아갔던 이들이 매매에 나설 수 있는 데다, 사전청약을 기대하고 계획을 세운 이들도 있어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주택 공급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시장 안정에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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