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의 mRNA(전령RNA) 방식 코로나 백신을 인천 송도 공장에서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앞서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한미 ‘백신 동맹’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SK그룹 최고 경영자들도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해 코로나 백신 국내 생산을 최종 합의하고 반도체, 배터리 분야 한미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13일 정부와 제약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공장에서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의 최종 병입 단계 생산을 맡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원료만 공급되면 바로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백신 중 일정량을 국내에서 쓸 수 있도록 해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그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장 외에 세계적인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인 스위스 론자만 생산했다. 삼성에 정통한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백신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원료인 mRNA를 모더나에서 공급받아 최종 병입 단계 생산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와 함께 mRNA 합성과 지방 보호층 생산 등 전체 공정에 필요한 특허기술과 생산 인프라 확보도 병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이미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보유한 만큼 기술이전만 이뤄지면 수개월 이내에 mRNA 백신 생산을 위한 전 공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순방단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뿐 아니라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모더나, 노바백스와 백신 위탁생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 협약이 방미 중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모더나의 mRNA(전령RNA) 백신은 안전성과 효능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된다. 국내 생산이 성사될 경우 전 국민의 집단면역 형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가 생산하는 미국 노바백스의 단백질 백신 역시 생산이 용이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해 백신 자립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최종 공정부터 맡아 백신 생산 속도 높여
모더나 백신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mRNA 방식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일부인 스파이크(돌기)를 만드는 유전 정보인 mRNA를 인체에 전달한다. 그러면 몸속에서 스파이크에 결합하는 항체가 생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면 백신으로 생긴 항체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먼저 결합해 감염을 차단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 생산 공정 중 마지막 병입(甁入) 단계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mRNA 주변을 일종의 보호막인 지질 나노 입자로 감싸고 병에 넣어 영하 70도로 냉동해서 출하한다. 원료가 되는 mRNA와 보호층인 지질 나노 입자는 수입해 써야 한다.
삼성은 마지막 공정만 진행해 백신 생산 속도를 높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 단계 기술에는 모두 다른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가 걸려 있어 모더나와 합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더나는 미국 아뷰튜스에 기술료를 내고 지질 나노 입자 기술을 쓰고 있다. mRNA 합성 기술도 미국 트라이링크가 특허를 갖고 있다. 삼성바이로직스는 빠른 시간 안에 앞 단계 특허 기술들과 생산설비도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바이오 생산 능력이 뒷받침
한미 반도체-백신 동맹이 급물살을 탄 것은 우리 기업이 반도체, 배터리뿐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서도 세계 수준의 양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4000리터(L)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춰 세계 위탁생산업체(CMO) 중 단연 1위이다. 모더나 백신의 유럽 생산을 맡은 스위스 론자는 28만L로 3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동안 세계적인 제약사들의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한 경험이 없었다면 모더나 백신의 마지막 병입 공정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2008년부터 5000억원을 들여 경북 안동에 세계 수준의 설비를 갖춘 백신 공장을 세웠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가 잇따라 코로나 백신 위탁 생산을 맡긴 것도 그 때문이다. 노바백스 백신이 세계 각국에서 사용 허가를 받으면 한국이 주요 생산 기지로 떠오를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가 백신 동맹
청와대는 오는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된 논의 의제 중 하나가 한미 간에 백신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은 백신에 대한 원천 기술과 원부자재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두 개를 결합하면 한국이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는 비전에 대해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상반기에 백신 부족분을 미국에서 미리 빌려오고 이후에 되갚는 형식의 ‘백신 스와프’도 미국 측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측은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요구하고 있는 ‘백신 스와프’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업이 주도하는 백신 허브에는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백신 스와프는 백신이 부족한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백신을 받아오려면 반도체 동맹, 쿼드 분과별 참여 등의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1/05/14/HSEZ4RQB2RHEHB7SBF7DWYVH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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